제1부 · 02 · 초고

열두 번의 실패

지키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모자랐다.

마을 어귀에서 돌아온 어른들은 말이 없었다.

소년이 데려온 사내는 우물 옆 빈 헛간에 눕혀졌다. 의원이라 부를 사람은 가까운 고을에나 있었다. 어머니가 깨끗한 천을 가져오고, 이웃이 물을 끓였다. 사내의 옷깃 안쪽에서는 손바닥만 한 검은 조각이 나왔지만 누구도 만지려 하지 않았다.

“밤이 오기 전에 아이들을 들여보내.” 촌장이 말했다.

소년은 대꾸하지 않았다. 사내가 쓰러질 때 자신이 조금만 더 빨리 뛰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. 그런 생각은 말이 되지 않으면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.

해가 기울자 마을 뒤편 공터에는 장작을 패던 노인이 홀로 서 있었다. 노인은 몇 해 전 떠돌다 마을에 눌러앉았고, 걸음이 느려 아이들에게 늘 놀림을 받았다. 지금은 손에 곧은 나뭇가지를 들고 있었다.

“저도 배울 수 있습니까?” 소년이 물었다.

노인은 그를 한참 바라보더니 나뭇가지를 건넸다. “이걸 들고 저 돌까지 갔다가 돌아와라. 발을 땅에서 끌지 말고.”

소년은 달렸다. 두 걸음 만에 발이 엉켰다. 다시 일어났다. 네 번째에는 돌에 닿았으나 돌아오는 길에 중심을 잃었다. 여섯 번째에는 숨이 차서 몸을 세웠다.

“손을 들면 발이 늦는다.”

노인의 말대로 해 보아도 달라지지 않았다. 소년은 열한 번째에 나뭇가지를 떨어뜨렸다. 열두 번째에는 돌에 닿기 전 넘어졌다. 손바닥에 흙이 박혔다.

“오늘은 그만하자.” 노인이 말했다.

소년은 흙을 털지 않은 채 돌을 보았다. 돌은 세 걸음도 안 되는 곳에 있었다. 그 짧은 거리가 산 하나만큼 멀었다.

그날 밤, 마을의 문들은 일찍 닫혔다. 헛간에서는 낯선 사내의 가쁜 숨이 들렸고, 멀리 길에서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불빛 하나가 움직였다. 소년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.

다음 날 새벽, 그는 노인이 나오기 전에 공터로 갔다. 나뭇가지는 어제 떨어뜨린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. 소년은 그것을 주워 들고, 돌을 향해 첫발을 내디뎠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