새벽 바람은 늘 마을보다 먼저 일어났다.
소년은 지붕 틈으로 스며든 찬 기운에 눈을 떴다. 아직 닭이 울기 전이었다. 어머니가 물동이를 들고 나설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었지만, 그러면 산길의 마른 나뭇가지는 누군가 먼저 주워 갈 터였다.
그는 발뒤꿈치가 닳은 짚신을 신었다. 마당에는 어제 묶어 둔 나뭇단이 두 묶음 있었다. 오늘 하나를 더 가져오면 아궁이에 불을 넉넉히 지필 수 있다. 그 정도면 좋은 날이었다.
마을에서 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좁았다. 비가 한 차례 지나간 뒤라 흙은 질었고, 소년은 미끄러질 때마다 바구니 끈을 단단히 잡았다. 멀리 평지에는 아침 안개가 남아 있었다. 그 아래로 논 몇 마지기와 낮은 지붕들이 붙어 있었다. 누가 어디에 사는지 눈을 감고도 알 만큼 작은 마을이었다.
산 아래에서 쿵, 하고 둔탁한 소리가 났다.
소년은 걸음을 멈췄다. 도끼질 소리 같았으나 일정하지 않았다. 잠시 뒤 또 한 번. 이번에는 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섞였다. 고개를 돌려도 나무들 사이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.
그는 바구니에 든 나뭇가지를 내려다보았다. 괜히 겁을 먹었는지도 몰랐다. 어른들은 바깥 세상이 소란하다 말했지만, 그에게 세상이란 이 산과 마을, 그리고 해가 지기 전에 돌아가야 하는 집이었다.
해가 중천에 올랐을 때, 소년은 개울가에서 물을 마셨다. 물 위로 작은 잎 하나가 떠내려갔다. 잎이 굽이를 돌아 사라질 즈음 먼 길에서 말 한 필이 달려왔다.
말은 마을 어귀에 이르기도 전에 멈춰 섰다. 타고 있던 사내가 안장에 몸을 엎드렸다가, 곧 옆으로 굴러떨어졌다. 소년은 바구니를 놓고 뛰었다. 사내의 소매는 피에 젖어 있었다.
“마을 사람들을 불러.”
사내는 겨우 그 말을 뱉었다. 소년이 왜냐고 묻기도 전에 산 너머에서 까마귀들이 한꺼번에 날아올랐다. 아침부터 불던 바람이 갑자기 먼지 냄새를 싣고 왔다.
소년은 마을 쪽으로 달렸다. 그때까지도 그는 자신이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 알았다. 다만 돌아올 길이 어제와 같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.